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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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것과 지는 것

‘요새 어디가 뜬다더라.’ 우리는 종종 뜨고 지는 동네를 대화의 소재로 올린다. 상권도 생물처럼 점차 성장하기도, 쇠하기도 하는데, 우리의 느낌과 실제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주변에 이거 쓰는 사람이 많아졌어.’ 이런 대화도 흔하다. 혹시 친구들끼리는 취향도 비슷해서 내 주변만 유난했던 것은 아닐까? 이번 달 워크인사이트는 지난 반 년 동안 유행한 것과 유행이 가버린 것에 대해 살펴보았다.

토박이는 떠나가도, 상권은 여전히 성장 중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1 은 영국의 전통적인 중간 계급을 가리키는 말인 젠트리(gentry)에서 유래한 단어다. 소득이 적은 아티스트나 보헤미안 같은 젠트리파이어(gentrifier)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거주지로 삼으면서 그 지역을 전에 비해 독특하고 매력 있는 분위기로 바꾸면, 이후 그 지역이 개발됐을 때 이렇게 먼저 정착한 토박이들은 오르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떠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홍대와 가로수길, 경리단길, 북촌 및 서촌 등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자주 언급되는 지역이다.2

그림1. 통행량 성장률

워크인사이트는2014년 8월부터 2015년까지 3월까지 수집된 통행량 데이터3를 분석하여, 14년Q4 대비 15년 Q1 상권별 통행량 성장률을 살펴보았다. 통행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홍대와 가로수길로, 각각 47.34%와 31.92%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면, 그 지역은 이제 한 물 갔다고 볼 수 있을까? 홍대와 가로수길의 통행량을 좀 더 자세히 보자.

2014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가로수길과 홍대, 경리단길의 통행량(단위: 주간)은 그림2와 같았다. 가로수길과 홍대 모두 지속적으로 통행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 그 동네 예전 같지 않다, 다 버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이 계속 개발되고 들어본 브랜드가 작은 가게를 밀어내며 거리 전면을 차지하게 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대중적 취향을 가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홍대나 가로수길의 특별함이나 개성 그 자체가 아니라, ‘뜨는 동네’에서 내가 소비하고 유흥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만족감 때문에 이 거리를 찾았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림 2. 홍대, 가로수길, 경리단길 주차별 통행량 추이

한편 경리단길은 주차별 통행량이 소폭 감소하고 있다. 경리단길이 뜬다는 이야기가 돌아도, 이 상권은 더 성장하기엔 배후 지역이 충분치 않거나, 소문과 실제가 다르거나, 이미 작년 말 최고점을 찍고 쇠하기 시작한 경우 중 하나이다.

그림3. 코엑스몰, 롯데월드몰, 압구정 주차별 통행량 추이

강남 상권도 살펴보자. 리뉴얼에 들어간 코엑스몰은 2014년 초 약 40%의 매장을 1차 오픈 한 후, 같은 해 11월에 전체 오픈했고, 롯데월드몰은 지속적으로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입점 매장들의 불만이 많았다. 그림3을 보면, 분기별 평균치로 성장률을 비교했을 때는 소폭 성장한 것으로 보였던 코엑스몰은 주별로 보면 여름에 최대치를 기록한 후3개월 가량 감소하다 크리스마스 시즌 잠시 반짝한 후 다시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는 방학 기간 중 통행량이 늘어나는 시즈널리티 때문이기도 하나, 11월 초 오픈 특수에도 불구하고 여름에 비해 겨울 통행량이 적었던 점이 눈에 띈다. 롯데월드몰의 통행량 역시 하락세이나, 안전 관련 뉴스로 자주 다뤄진 것을 감안하면 11월 첫째 주까지 하락한 후 11월 둘째 주부터는 비교적 안정적인 통행량을 기록하고 있다. 압구정 역시,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도록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그래프를 관찰할 수 있다.

단통법, 6개월, 애플에게만 성공적?

이제 뜨는 동네가 아닌 뜨는 제품에 대해 살펴보자. 그림4 는 2014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월별 스마트폰 점유율을 상권별로 시각화한 것이다. 남색은 삼성폰, 붉은 색은 아이폰을 나타낸다. 2014년 10월, ‘단지 통신사만을 위한 법’의 줄임말이라고 조롱받는 단통법(단말기유통법)4이 시행되었고, 2014년 11월 초 아이폰 6와 6플러스가 국내 출시되었다. 6개월간 양사의 점유율은 전반적으로 삼성 점유율은 하락하고 하락한 비중만큼을 애플이 빼앗아 오는 모양새를 보였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점유율 차이에 따라 지역을 4그룹으로 나누었다. 4가지 그룹은 평균보다 애플 점유율이 높은 그룹, 강남 그룹, 강북 그룹, 평균보다 삼성 점유율이 높은 그룹이다.

그림 4. 지역별 삼성과 애플 스마트폰 점유율

그림 5. 평균보다 애플 점유율이 높은 상권

그림5의 4개 상권은 전체 평균보다 애플 점유율이 높고 삼성 점유율이 낮은 지역으로, 명동, 경리단, 이대, 홍대이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삼성 점유율은 많은 곳은 5.3%p, 적은 곳은 2.5%p 빠졌고, 애플 점유율은 1.5~4.7%p 상승하였다. 특히 외국인 비율이 높은 명동 상권의 경우, 3월 들어 처음으로 애플 점유율이 삼성을 넘어서기도 하였다.

그림 6. 평균적인 강북 상권

그림6의 4개 상권은 전체 평균과 비슷하면서 강북에 위치한 곳들로, 신촌, 대학로, 용산, 종로가 해당한다. 3월 들어 지난 10월의 점유율을 되찾은 용산을 제외하고, 삼성 점유율은 1.2~2.3%p 하락하였고, 애플 점유율은 1.5~4.0%p 상승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림 7. 평균적인 강남 상권

그림7의 4개 상권은 평균적인 강남 상권이다. 가로수길과 코엑스는 6개월 전과 비교해 삼성 점유율이 상승하였고, 강남과 압구정은 각각 1.4%p, 4.8%p 하락하였다. 애플 점유율은 모든 상권에서 상승해, 0.5~3.0%p 올랐다.

그림 8. 평균보다 삼성 점유율이 높은 상권

그림8은 평균보다 삼성 점유율이 높은 상권이다. 대치, 수원, 분당, 잠실, 일산으로 모두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단통법 시행 전과 비교해 삼성의 점유율은 하락하였고, 애플의 점유율은 상승하였다. 지난 6개월간, 대부분의 상권에서 갤럭시를 쓰는 사람은 줄고, 아이폰을 쓰는 사람은 늘어났다. 주변에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느꼈다면, 이 느낌은 단지 내 주변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 것이다. 다만 워크인사이트의 데이터 수집 지역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므로, 데이터에 기반하여 이 제품이 뜨고 있다고 말할 때 지역은 서울과 수도권에 한정해야 한다. 또한 특정 제품의 점유율이 늘어나는 원인을 바뀐 법 하나 때문만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으나, 이미 국민의 8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성숙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통법은 ‘단지 통신사’뿐 아니라 외산 스마트폰 브랜드에도 유리하게 작용한 법이라 할 수 있겠다.


  1. Gentrification, Wikipedia.

  2. 도심 속 ‘뜨는 동네’의 역설

  3. 워크인사이트가 수집한 400여개의 장소의 데이터 중 분석하기에 충분한 지역을 대상으로 함

  4. 참여연대, 단통법 시행 6개월 평가